[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쉐드 수족관
시카고 다운타운 남쪽의 호변에는 뮤지엄 캠퍼스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다. 시카고 베어스의 홈구장인 솔저필드를 비롯해 필드 자연사 박물관과 애들러 천문대, 쉐드수족관 등이 몰려 있는 지역을 말한다. 미시간 호변에 있으면서 그림 같은 시카고의 멋진 다운타운 전경을 한 눈에 조망하기 쉬운 곳이라 많은 시카고 주민들이 가장 포토제닉한 장소로 꼽는 곳이기도 하다. 날씨 좋은 날 그 곳에 가면 결혼사진이나 졸업사진, 단체사진 등을 찍고 있는 주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뮤지엄 캠퍼스에 자리잡은 쉐드수족관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30년 개관했다. 필드 박물관이나 과학산업박물관, 미술관 등과 마찬가지로 당시 유력 기업인이 낸 기부금을 통해 오픈할 수 있었다. 그래서 존 그레이브스 쉐드 수족관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존 쉐드는 지금은 메이시스 백화점으로 합병된 시카고의 마샬필드 백화점 사장 겸 회장이었다. 시카고의 다른 박물관 설립에서 볼 수 있듯이 쉐드수족관 역시 기업인의 미래를 위한 투자와 커뮤니티를 위한 기여로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아쉽게도 존 쉐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수족관의 개관을 보지 못하고 1926년 타계했지만 지금까지도 그의 이름은 수족관과 함께 남아있다. 1900년대 초반 쉐드수족관은 1893 시카고 만국박람회 당시 성공적인 관람객 유치로 인해 일종의 붐이 일었다고 한다. 또 수족관 바로 옆이었던 노덜리 아일랜드에서 열린 1933년 시카고 만국 박람회 당시에도 많은 관람객이 수족관을 찾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사실 미시간호변에 수족관이 들어서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주민들의 생활과 거주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거대 호수에 살고 있는 수중 생물을 한 눈에 살펴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다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들만도 한데 정답은 거침없는 시카고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쉐드 수족관이 개장할 당시 바다에서 서식하는 수중 동물을 위해서 바닷물을 수족관까지 가져오는 일이 필요했다. 지금이야 과학과 기술이 발달해 민물을 바닷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만 때는 1930년대였다. 미시간 호수의 물로는 수족관의 문을 열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카고언들은 바닷물을 끌고 왔다. 그것도 시카고의 거친 방식으로. 플로리다주 키 웨스트 인근의 바닷물을 화물열차의 물탱크에 싣고 시카고 다운타운까지 운반했다. 개장을 위해서 160개의 물 탱크에 가득 담은 바닷물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키 웨스트 바닷물은 1600마일을 여행해 쉐드수족관에 도착한 것이다. 20개의 화물 열차 물탱크게 실렸던 물은 모두 100만 갤런이었다. 이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화물 열차는 시카고와 키 웨스트를 8번 왕복해야 했다. 수족관의 외형 역시 웅장하다. 시카고에 유명 건축물을 다수 남긴 그래햄, 앤더슨, 프로브스트 & 화이트사가 설계한 이 건물은 인근 필드 뮤지엄과 솔저필드의 원래 모습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수족관은 1100종 이상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요즘 새로 생긴 전세계의 유명 수족관들이 더 많은 관람객과 더 큰 시설을 자랑하지만 쉐드수족관은 가장 다양한 동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관람객들을 위한 보여주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카고 지역의 여러 기관들과 협업을 통해 수생 생태계에 대한 교육과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지난 여름 아이들과 함께 세드수족관을 찾은 적이 있다. 일리노이 주민들을 위해서 무료 입장을 허용하는 날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전 예약은 필수였지만 정해진 시간에 입장을 하면서 한꺼번에 많은 입장객이 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점은 좋았다. 아이들은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가오리는 무서워했지만 물속에서 솟아 오르는 돌고래들의 재롱과 귀여운 펭귄, 거대한 흰고래는 꽤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다. 다운타운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한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한 식사도 하고 수족관 밖에서 판매하던 시카고 명물 레인보우 아이스크림도 맛볼 수 있는 것도 재미였다. 시카고의 멋진 박물관을 직접 경험해보고 풍부한 교육 문화 환경을 아이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이다. 쉐드수족관이 개관 100주년(2030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시설 개선 공사에 들어간다. 관람객들에게 보다 편리한 시설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를 통해 존 쉐드가 시카고언들에게 남기고자 했던 문화 유산이 오랫동안 계승되기를 기대해본다.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수족관 시카고 다운타운 시카고 만국박람회 시카고 주민들